피어스의 이야기를 같이 만들 사람을 찾았습니다

이 빌드로그를 지금까지 다섯 편 썼습니다.
왜 AI 커뮤니티 오피스를 만들기로 했는지(EP.01), 그러려고 어떻게 공간을 넓혔는지(EP.02), 첫 세미나를 어떻게 열었는지(EP.03), 폐관수련까지 직접 해본 이야기(EP.04), 그리고 잘 되던 세미나를 멈추고 강의를 다시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EP.05)까지 적었습니다.
이 다섯 편을 전부, 제가 혼자 썼습니다.

처음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PEERS가 어떤 마음으로 바뀌고 있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아니까, 그 기록도 제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간을 넓히고 나니 자리가 늘었고, 자리가 느니 사람이 늘었습니다. 세미나를 열었더니 매 기수마다 누군가 자기 일을 하나씩 바꿔서 나갔고, 폐관수련을 해보니 2박 3일 동안에도 남길 장면이 넘쳤습니다.
문제는, 그 장면들이 대부분 그냥 흘러갔다는 것입니다.
사진 한 장 못 찍고 지나간 날이 많았고, "이거 남겨야지" 했다가 다음 급한 일에 밀려 사라진 이야기가 훨씬 많았습니다.
그러다 저는 사업이 축구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습니다.
한 팀에는 공격수가 있고 수비수가 있습니다.
공격수는 앞으로 나가서 점수를 넣는 사람입니다. 돈을 벌고, 밖으로 알리고, 사람을 데려오는 일. 수비수는 뒤를 지키는 사람입니다. 공간을 운영하고, 문제가 생기면 막고, 매일의 살림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
저는 오랫동안 제가 공격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4년을 해보니, 저는 수비수였습니다.
공간을 안정적으로 굴리고, 멤버들을 챙기고, 문제가 생기면 막아내는 일 — 그건 어떻게든 해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나가서 알리고,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고, 새로운 사람을 데려오는 일은 자꾸 뒤로 밀렸습니다.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수비수 혼자 아무리 잘 막아도 점수는 안 납니다.
팀이라면, 공격수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의 빌드로그가 "이런 걸 해봤습니다"였다면, 이 글은 "이걸 같이 할 사람을 찾았습니다"입니다.
한 가지 먼저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이건 직원을 뽑는 채용이 아니었습니다.
같이 뛸 동료를 구하는, 협업 제안에 가까웠습니다.
PEERS는 원래 그런 공간입니다. 위아래로 사람을 쓰는 곳이 아니라, 각자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옆에 앉아 서로를 돕는 곳. 그러니 이 사람을 찾는 방식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내건 건 월급이 아니라 교환이었습니다.

주고받는 건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PEERS는 자유석 2개월 멤버십을 드립니다. 성수로 출퇴근하는 내 자리, 동료가 있는 공간, 입주 창업가·프리랜서와의 네트워킹, 그리고 운영자와의 커피챗. 만든 콘텐츠는 본인 포트폴리오로도 자유롭게 씁니다.
대신 그분은, PEERS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콘텐츠로 남깁니다. 릴스 월 2개, 카드뉴스 주 1개 정도의 리듬으로요.
그리고 이건 처음부터 숨기지 않고 말했습니다. 금전 페이는 없습니다. 이건 고용이 아니라 협업이니까요. 공간과 창작을 맞바꾸는 관계였습니다. 기간은 2개월 단위로, 서로 맞으면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어떤 분과 결이 맞을지도 솔직하게 적어두었습니다.
완벽한 글솜씨나 화려한 영상 편집 실력을 먼저 본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성수로 출퇴근할 작업실이 필요한 프리랜서, 동료가 있는 공간에서 일하고 싶은 분, 콘텐츠 만드는 게 즐거운 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EERS의 장면은 대단한 게 아닙니다. 누군가 처음으로 뭔가를 해내고 조금 뿌듯해하는, 작고 평범한 순간들입니다. 그걸 지나치지 않고 붙잡아, 과장 없이 남길 수 있는 분.
그리고 이 연재의 톤에서 느끼셨겠지만, 저희는 완성된 성공담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걸 좋아합니다. 잘된 것도, 별로였던 실험도 숨기지 않고 기록하는 결. 그런 방식이 편한 분이면 오래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모집은 구글폼으로 받았습니다. 접수를 받고, 커피챗으로 15분 정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안내를 드리는 방식이었습니다. 많이 모으는 게 목적이 아니라, 결이 맞는 한 분과 오래 같이 가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모집은, 이제 마무리됐습니다.
함께할 분을 만났고, 앞으로 PEERS의 이야기를 같이 기록하게 됐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다섯 편의 빌드로그를 쓰면서, 저는 PEERS가 혼자 일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려 한다고 계속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만큼은 제가 혼자 하고 있었고, 그래서 자꾸 놓쳤습니다.
수비수 혼자 뛰던 팀에, 이제 공격수가 한 명 들어왔습니다.
이 빌드로그의 다음 편들은, 저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Do not AI alone. 그리고 이제, 그 기록도 혼자 하지 않겠습니다.
PEERS 드림
